과거의 감자, 감자는 노예가 먹던 작물
오늘날 감자는 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작물로 성장했지만, 역사적으로는 늘 지배층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과거에 감자는 고급 요리의 재료가 아닌,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채소로 여겨졌습니다. 1532년 에스파냐 탐험가 피사로가 안데스 산지에서 처음 감자를 발견하여 유럽에 전했을 때, 유럽 인은 노예가 먹는 비천한 음식이라며 푸대접을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유럽 인은 어두운 땅 속에서 자라는 감자를 불순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북미대륙에서 건너온 고구마는 단맛 덕분에 귀족들이 즐겨 찾는 귀함 음식이 되었습니다. 유럽인은 땅속에서 놀라운 속도로 뻗어나가는 감자줄기와 한 줄기에 50개 이상의 열매가 열러 있는 모습을 보고 악마가 농간을 부린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17세기 초에는 감자가 나병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퍼지기까지 했습니다.
유럽인이 감자를 받아들인 이유
유럽에서 감자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나라는 아일랜드였습니다. 무척이나 가난했던 아일랜드 인에게 감자는 주식인 귀리가 흉작이었을 때 목숨을 이어나가게 해준 고마운 식품이었습니다. 감자를 먹는다는 이유로 아일랜드 인을 더욱 깔보던 영국도 산업혁명 이후 감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밀 농사만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먹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은 감자는 밀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를 먹일 수 있었습니다. 조리도 값비싼 오븐 대신 냄비 하나면 됐고, 빵을 굽는 것보다 연료비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산업혁명기의 도시 빈민과 소작농에게는 연료비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이런 경제적인 이점 때문에 감자는 차츰 유럽 인의 주식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감자,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작물
감자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용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오늘날 가장 대중적 감자요리인 으깬 감자, 감자튀김, 감자 칩 중에서 감자튀김과 감자 칩의 생산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자튀김은 프랑스가 원조격이지만 제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이 맛본 뒤로 미국 음식이 되었습니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감자튀김을 만드는 데 연간 140만 톤의 감자를 쓰고 있습니다. 감자가 아시아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말의 일입니다. 1598년 자카르타 함을 경유한 네덜란드 배가 일본 나가사키에 상륙해 감자를 전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감자가 19세기 초에 들어왔는데, 흉년이 들어도 아무 어려움 없이 뿌리내렸습니다. 과거에 악마의 식물이라 여겨졌던 감자는 오늘날 전세계 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식량 문제를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맛의 기쁨까지 전해 주는 고마운 작물이 되었습니다.